전자담배 순위 글을 여러 개 보고 골랐는데도 세 개를 서랍에 넣었다.
순위가 틀린 게 아니라 내가 뭘 못 견디는지를 몰랐다.
서랍에 안 쓰는 기기가 세 개 있다.
다 이유가 있어서 샀는데 다 이유가 있어서 안 쓴다.
남이 잘 산 얘기보다 내가 잘못 산 얘기가 더 도움될 것 같아서 적는다.
실패 1 · 스펙 좋은 걸 먼저 샀다
출력 높고 배터리 큰 걸로 골랐다.
기능이 많으니까 좋은 줄 알았다.
실제로는 세팅을 계속 만져야 했다.
출력 몇 와트가 맞는지, 어떤 액상에 어떤 값이 맞는지
알아야 제맛이 나는 물건이었다.
겸용 기기(입호흡·폐호흡 둘 다 되는 것)는
어느 쪽이 내게 맞는지 알고 난 다음에 사는 게 맞다.
기능이 많은 기기는 두 번째 기기다.
실패 2 · 배터리 작은 걸 싸다고 샀다
4만원대라서 골랐다. 900mAh였다.
몇 번 쓰면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.
계속 케이블에 꽂아두게 되고, 그러다 안 들고 나가게 된다.
싸게 샀다는 만족이 두 달을 못 갔다.
지금 기준으로는 1000mAh 아래는 안 산다.
배터리와 액상 용량은 같이 봐야 한다.
| 기기 | 배터리 | 액상 |
|---|---|---|
| 유웰 발라리안 맥스 프로 | 2600mAh | 6ml |
| 말론 | 2000mAh | 5ml |
| 레딜 | 580mAh | 14ml |
| 부푸 브이쓰루 프로 | 900mAh | 3ml |
레딜은 배터리가 작은데도 불만이 적다.
액상이 14ml라 손댈 일 자체가 적어서 그렇다.
실패 3 · 액상을 직접 넣는 걸 얕봤다
가격만 보고 대용량 액상으로 갔다.
100ml에 27,900원이면 1ml당 279원이니까 답이 정해졌다고 생각했다.
첫 주에 두 번 흘렸다. 한 번은 가방 안에서.
그 뒤로 집에서만 채우게 됐고, 밖에서 떨어지면 그날은 끝이었다.
제품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였다.
나는 액상 넣는 걸 못 견디는 사람이었다.
그게 싫으면 카트리지 교체형으로 가야 한다.
딸깍 끼우면 끝이고 코일도 안 간다.
단가는 1ml당 750원쯤으로 올라가지만, 안 쓰는 것보다 낫다.
실패 4 · 맛을 100ml로 샀다
안 맞았다. 그리고 100ml가 그대로 남았다.
1ml당 279원이 아무리 싸도 안 쓰면 의미가 없다.
대용량은 맛을 정하고 사야 한다.
지금은 성향이 다른 두 가지를 번갈아 쓴다.
이러니까 질리는 속도가 확실히 느려졌다.
처음 살 맛을 모르겠으면 민트 계열이 제일 무난하다.
실패 5 · 무니코틴이면 다 같은 줄 알았다
2026년 6월 정부가 합동으로 낸 자료를 보고 알았다.
니코틴이 없다고 내건 액상 105종을 뜯어봤더니
13종에서 니코틴이, 12종에서 6-메틸니코틴이 나왔다고 한다.
넷 중 하나꼴이다.
표기만 보고 고르면 안 된다는 뜻이다.
불검출 시험성적서를 공개하는지 보고 산다.
검사 항목에 6-메틸니코틴이 들어 있는지까지 보면 더 좋다.
덧붙이면, 성적서에 불검출이라고 찍혔다는 건 그 항목이 안 나왔다는 말이지 제품이 안전하다는 증명이 아니다.
정부 발표에 참여한 독성 전문가도 니코틴을 뺐다고 해서 흡입 자체가 무해해지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.
그래서 지금은
· 처음이면 1만원짜리 일회용으로 시험한다 (레딜 스틱, 3ml 10,000원)
· 계속 쓸 것 같으면 카트리지 교체형 (레딜, 1만원대)
· 액상 넣는 게 괜찮으면 대용량 (제타닉, 100ml 27,900원)
· 궐련형 기기가 이미 있으면 스틱만 교체 (엔엔티 NNT)
순위표를 볼 때 1위가 뭔지보다
그 사람이 뭘 못 견뎌서 그걸 골랐는지를 보는 게 낫다.
서랍에 세 개 넣어두고 배운 게 이거다.
전자담배 순위는 남의 결론이다. 조건을 먼저 정하고 봐야 한다.
※ 내가 겪은 일이라 남에게 그대로 맞지는 않는다. 값은 2026년 8월 기준. 성인만 살 수 있고 실내에서는 쓰지 않는다.